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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비 전문가이다. 비 전문가를 대상으로 요구되는 사항들을 모아모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작업이 설계 작업이다.

비 전문가 이기 때문에 앞뒤 사정 안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건물이 지어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요구하는 것에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사사건건 안된다는 답만 계속 듣게 되면 불만이 쌓여가기 마련이다.

한국의 법규기준은 규제를 취지로 하여 지정된 내용이 대부분이라 일반인 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공간과 형태에 수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해외에서 구경했던 아름다운 건물이나 머릿속에 상상했던 나만의 멋진 공간을 구현하고 싶은것이 대부분의 건축주들의 염원이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온갖 규제들로 모인 'Negative manual' 을 적용하며 비 현실적인 건축주의 요구사항과의 중간에서 균형있는 조율을 해야 하는 일이 건축가가 할 일이다. 

때로는 아무리 비 전문가 라고 하지만 이런 정도는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이 없는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 건축주도 있다.

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마음에 새겨야 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건축주와 눈높이 맞추기' 이다. 건축주의 수준을 파악하고 어느정도 까지 모르는지를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한다. 정말 낫 놓고 ㄱ 자도 모르는 분들도 있고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건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는 힘든 상대들이다. 왜냐하면 건축물을 설계 한다는 것이 단순히 공사 할 도면을 그리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무지한 건축주를 상대로 설계를 할때는 하나 부터 열까지 모든것을 설명해 가면서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 참 어렵다. 설계를 할 때 선 하나를 만들어 낼 때도 창조 되는 공간을 상상하며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인데 이것을 하나하나 말로 설명을 해야 할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이해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여기 저기서 견문이 있고 또 실제로 자기 건물을 지어본 건축주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는 또 다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한 두번의 경험을 통해 뇌리에 박힌 건축주의 편향을 일반적 해법에서 특화된 상황까지 이르게되는 과정을 브리핑 하며 생각의 변화를 리드해야 하는 것은 백지 상태의 사람에게 새로운 획을 그어 나가며 그리는 그림과는 열 배나 더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다년간의 수련기간을 거쳐 전문적인 역량을 키워 나간다. 수련 과정은 참으로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트레이닝을 하게 된다. 형태학, 기호학, 색체학, 심리학, 철학, 미학, 역사, 법률, 재료학, 구조역학, 시공학 등에 대한 학습과 경험을 쌓아 나가며 각각의 학문 분야에도 세분화된 심화내용을 파고 들어가면 그 영역에는 한계가 없을 정도이다. 건축 재료 하나를 선정 하더라도 그렇다. 면과 입체에 따라 빛의 정도에 따라 조명의 종류와 밝기에 따라, 표면의 질감에 따라 면의 넓이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와 느낌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섬유와 종이에 채색된 색상이 다른 느낌을 주듯이 나무와 철판, 석재와 콘크리트, 유리위에 칠해지는 도료의 느낌과 색상이 달라지는 것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 빛의 방향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음영의 영향으로 변해가는 감각변화들을 어떻게 상상하게 해 줄 수 있을까? 패턴의 방향이 수직과 수평, 사선으로 진행 될 때 어떤 감각적 차이가 발생하며 넓어도 보이고 좁아도 보이는 착시현상과 이를 보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리듬의 패턴을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공간의 상징성과 기호학적 건축언어를 의도한 대로 상상하고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변화에 따르는 미학적 기준의 변이와 인간의 역사속에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건축적인 요소들을 설명할 수 있는 매개체는 어떤 것일까? 

건축가는 건축주에게 손에 잡히지 않는 설계 의도를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 방법론에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러가지 도구들과 방법을 총 동원하여 건축주를 위해 베풀어 지는 세세한 설명은 조금 더 나은 건축을 창조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인류의 역사가 생겨난 이후 부터 언제나 건축가는 건축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순수예술이 아니다. 자기만족과 타인의 인정 없이도 존재 할 수 있는 순수미술과 다르게 건축은 건축주의 만족과 인정 없이는 결코 창조 될 수 없다. 건축이 유행과 이즘을 반영한 스타일에 지속적으로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건축가들은 건축주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축소된 모델을 만들었다. 보여 줄 수 있는 수단의 한계가 있었다. 건축가의 스케치 만으로는 건축주의 머릿속에 완전한 이미지를 그려 넣어 줄 수 없었다. 투시도를 통한 입체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부분적으로 실내투시도 (1소점 투시도) 와 외부 투시도 (2소점 투시도) 조감도 또는 3소점 투시도를 활용해서 열심히 건축주가 상상할 수 있는 건축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림으로 불완전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미니어쳐를 제작하였고 때로는 층마다 분리된 미니어쳐를 제작하여 실내까지 보여 줄 수 있는 모델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었고 모든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 지다 보니 각기 분야별 전문가 들이 작업을 함께 진행 하였다. 불과 20여년이 지났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3D MODELLING 과 MAPPING을 통해 실사에 가까운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고 지역과 시간, 계절에 따른 태양의 변화와 기후의 변화까지 완벽하게 반영 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보아도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 처럼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하고 렌더링되어 전문가가 아닌 건축주들의 입장에서 의사 결정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표현 방법들이 갖추어 졌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의도를 전달 할 수 있는 매개체로의 기술 발전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반면에 건축가들이 가지는 감성과 공간에 대한 치열한 상상력의 강도는 많이 저하 된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세세한 부분에 대한 배려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아날로그적 접근 방법이 배제되면서 건축주 들은 건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지만 건축가들은 건축에서 좀더 멀어진 것 같다. 설계 과정에서 소중히 다루던 선 하나 하나의 의미들이 복제되는 디지털 요소속에 묻혀 사라지고 있다. 건축가의 손에서 만들어 지는 선이 디지털 화 되어가면서 잃은 것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다. 선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과 면의 질감을 더이상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무책임 해졌고 무감각 해졌다. 너무 쉽게 만들어 지는 세상의 것들이 소중함을 잃어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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