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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의 길을 밝혀 주기 위해 등불을 켜면 결국 자신의 길도 밝히는 것이 된다.

-벤 스위트랜드-

 

  소아과 의사로서 개인 병원을 꾸려 나가고 있을 때 내 생활은 언제나 바빴다. 낮이고 밤이고 한가할 틈이 없었다. 밤 늦게까지 병원에 남아 서류 정리에 매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사실 내게는 매우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환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또한 내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집에 들렀다가 다시 병원으로 와서 진료 기록표 더미를 훑어 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환자의 기록표를 살펴보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날 당직 근무인 내 동료 의사일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문을 열어보니 전에 내 환자였던 열여덟 살의 브라이언이 서 있었다. 여러 해 동안 브라인언을 진찰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밤 두시가 넘은 이런 늦은 시간에 왜 돌아다니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생각할 것이 좀 있어서 거리를 걷던 중이었어요."

  나는 그에게 그렇다면 안으로 들어와서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며 '함께 생각해' 보자고 권했다.

  나는 물을 끓이려고 올려 놓았고, 우리는 곧바로 얘기를 시작했다. 대화가 진전됨에 따라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마음 속 생각들을 주고받을 수가 있었다. 우리가 가진 고민과 좌절에 대해. 브라이언은 분명히 밖으로 표출해야만 하는 많은 두려움과 고민거리들을 갖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브라이언은 최근에 헤어진 자신의 여자친구 때문에, 그리고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자신의 학교성적 때문에 크게 고민하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 건축학을 전공하고 싶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는 또 부모님이 자주 싸우는데, 그것이 자신 때문인 것 같다고 여기고 있었다.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과연 신이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다고 브라이언은 말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 주려고만 노력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약간의 조언을 했다. 나는 건축가들 중에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그 분야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도록 그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브라이언과 나는 우리가 가진 고민과 두려움을 안에만 감춰 두지 않고 밖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들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두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마침내, 나는 브라이언을 집까지 태워다 주었고, 브라이언이 창문을 통해 몰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돌아왔다.

  그날 밤 이후 브라이언은 자주 우리 병원에 들렀다. 물론 그 다음부터는 정상적인 시간에. 그는 나를 찾아와 점점 나아지고 있는 자신의 삶의 여러 면에 대한 최근 소식들을 알려 주었다. 그는 알고 보니 무척 밝고 적극적인 학생이었고, 우리 병원 직원들과도 금방 좋은 친구가 되었다.

  브라이언과 처음 대화를 나누고 여섯 달이 지난 뒤, 나는 다른 도시로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을 옮긴 지 일 년쯤 지났을때, 브라이언으로부터 고등학교 졸업을 알리는 카드 한 장을 받았다. 카드 안에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 한장이 접혀 있었다.

 

 브라운 의사 선생님께.

 먼저 그날 밤 저와 대화를 나눠 주신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그날 밤 저는 기분이 무척 우울했고, 자살을 할 결심이었습니다. 저의 삶의 모든것이 나빠져 있었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선생님의 병원을 보게 되었고, 불이 켜져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어떤 이유에선지 저는 선생님과 대화글 나눠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모든 대화, 그리고 선생님께서 저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신것은 아직도 저의 삶에 많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슴해 주신 의견과 제안들은 저에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그리고 대학의 건축학과에 합격을 했습니다. 최고로 행복합니다. 저는 제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제가 그 힘든 시기들을 잘 헤쳐 나가리라는 것도 압니다. 그날 밤 선생님이 계신곳에 불이 켜져 있었던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기를 빌며,

  브라이언

 

  나는 이 편지가 내가 브라이언에게 해준 어떤 특별한 행동의 결과라고는 믿지 않는다. 사실 우리의 대화는 매우 평범한 것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과 나의 만남이 그의 삶에 어던 특별한 작용을 한 것은 틀림없다.

  어떤사람은 브라이언이 자살을 결심한 그날 밤 내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우연한 일이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난 나는 세상의 일이 우연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는 빛이 있다. 그 빛은 우리들 각자를 통해 빛나고 있다. 그 빛이 우리들 서로의 길을 안내하고 도와준다. 브라이언이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린 그날 밤도 그 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 제임스 C. 브라운 -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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