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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에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한 할머니의 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95세 생일은 맞이한 할머니는 65세에 직장에서 정년퇴직했다. 젊어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실력자가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고 마침내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고 덕분에 명예로운 퇴직을 할 수 있었다. 평생 열심히 노력하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기에 여한이 없었다. 
하지만 95세 생일을 맞은 할머니는 퇴직 후 지난 30년간을 돌아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정년까지의 삶은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정년 퇴직 후 "이제 나는 다 살았다. 남은 생애는 덤으로 주어졌을 뿐이다"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허송세월 한 것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를 한다. 30년이라는 인생에서 절대 짧지 않은 세월을 죽기를 기다리는 삶으로 살았다는 것이 후회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는 입시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한경쟁의 시간을 보낸다.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무한경쟁의 시간을 보낸다.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게 되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한다. 나이가 들고 사회와 직장에서 어느정도 위치에 오르게 되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트랜드와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개발에 시간을 투자하며 살아간다. 지치고 피로해진 심신을 달래는건 주말여행과 달콤한 휴가 뿐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자신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희미해져 가고 집-회사-일-집-회사-일 을 무한 반복하며 산다.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인생을 산다. 
인생을 이런 시간으로 채워왔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일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있는지 검증해 볼 여력이 없다. 뒤돌아 보거나 머뭇거리거나 되돌아 가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인생이다. 오로지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처리하며 앞만 보며 위로 올라갈 생각만으로 살아가야 한다. 

열심히 절약하고 재산을 축적하여 드디어 경제적인 자유, 시간의 자유를 획득했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파이어족의 대열에 편승해 보고자 은퇴를 감행한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넘쳐나는 시간과 경제적인 걱정도 없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 지 알지 못한다. 평소 원없이 쉬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갑자기 얻게된 자유의 시간을 마음껏 즐긴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달, 두달, 반년이 지나고 1년이 지나는 동안 빈둥거리며 놀고 싶을 때 놀고 자고싶을 때 자고 떠나고 싶을때 떠나는 삶을 보내보니 노는것도 지겨워 진다. 
이때부터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내 인생에서 직장에서 했던 분야의 일 외에는 경험해본 일이  없다. 주말, 휴가때면 여행 다니고, 골프치고, 술마시고 기껏 해본 것은 이런것들 뿐이다. 버킷리스트라고 적어 놓았던 일들의 반 이상을 1년 내에 해치워 버렸다. 앞으로 30년을 살지 40년을 살지 모르는데 버킷리스트를 억지로라도 늘려야 할 판이다.

실제로 조기은퇴를 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간에 무엇을 할 지 몰라 다시 직업을 가진다고 한다.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조기은퇴를 하고나서 멋진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는데, 조기은퇴를 할 수 있을만큼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절약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조기은퇴를 성취하고 나서 넘쳐나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직장을 다시 찾아 들어가는 상황이라니.... 웃프기까지 하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것은 경제적 자유만이 아니다.

경제적 자유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감당못할 만큼 주어질 자유시간들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은 결코 짧은 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조기은퇴를 꿈꾸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함께 준비해야 할 일이다. 나의 꿈, 해보고 싶은 일, 지금하는 일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원해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오랜시간에 걸쳐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과거 정년이 되어 은퇴한 사람들이 주로 치킨집, 김밥집, 편의점 등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장사에 뛰어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년 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구상이 채 되지 않은 상태로 회사에서 떨어져 나오고 나니 막막할 뿐이다.
1년정도 휴식기를 갖고 그제서야 무엇을 하며 앞으로 남은 긴 세월을 살아갈까를 궁리하기 시작한다.
단기간에 만들어진 인생계획은 그 수명도 단기간일 수 밖에 없다.
무엇이 되었건 급조된 인생은 살면서 깨닫게 된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즐겁지도 않고 시작은 했고 어떻게든 유지는 해야겠고....차라리 직장생활 하던때가 그리워진다. 

과거 내가 몸담았던 직장에서 한 동료는 언젠간 직장을 때려 치우고 내 사업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30대 초반부터 그렇게 되뇌이던 그 친구는 이후 15년 동안이나 그 회사를 다녔다. 
은퇴 준비 또한 마찬가지다.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이지만 일에 치이고 가족들 부양하는데 치이고 이런저런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나만의 계획을 오랜시간 집중해 준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 하루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흘러가고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정년이 다가왔다. 운 좋게 정년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막상 조기은퇴를 하려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준비된게 없다. 
조기은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자산축적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이제 은퇴를 해도 될만큼 자산을 확보했으니 나도 이젠 파이어족? 


중요한 뭔가가 해결되지 않았다는걸 그때서야 알게 된다. 때는 이미 늦었다. 30년간 준비해온 자산만 있을 뿐 30년 동안 준비해야 했을 자신의 꿈은 준비되지 않았다. 
경제적인 것만으로는 파이어족이 될 수 없다.
파이어족의 진정한 목적은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새로 시작한다는 데 있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꿈, 이상,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일은 돈으로 해결 될 수 없는 문제다.

단순히 지금의 삶이 고달프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파이어족을 꿈꾸지는 말자.
지금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진정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고 있지 않는 한 은퇴를 감행해도 만족스러운 현실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 

인생은 유행이 아니다.

운동 선수들이나 입던 롱패딩이 갑자기 유행을 타더니 전국 거리가 롱패딩으로 가득하게 됐다.
참으로 유행에 민감하다.
하지만 패션감각이 뛰어난 민족이란 생각보다는 자존감이 낮은 군중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인과 동질감을 느껴야만 안전함을 느낀다. 남들이 하는것을 따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잠재의식이 있다. 
너도나도 집을 사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어도 나도 집을 사야 안전할 것 같아 불안하다. 평소에는 집을 사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인데도 그렇다.
너도나도 아이들을 서울 강남에 있는 학원에 보내니까 왠지 우리 아이도 안보내면 도태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아이에게 필요도 없는데도 단지 불안한 부모마음을 채우려는 욕심으로 지방에서 강남의 학원까지 출퇴근시키며 아이들을 혹사시킨다.
차박이 유행한다고 하니 캠핑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차까지 바꿔가며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캠핑을 한답시고 전국의 자연을 헤집어 놓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개미군단 들의 주식시장 활약상이 언론에 보도되니 좋은 기회를 나만 놓치는건 아닌가 불안해서 주식은 노름만큼 위험한 것이라며 쳐다도 보지 않던 사람들이 빚을 내면서 까지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주식투자를 한다. 
자존감 낮은 남들 따라하기 행태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존감 낮은 사람들의 유행같은 남들 따라하기는 대부분 이처럼 피동적이고 즉흥적이다. 
무엇하나 자발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준비하며 쌓아가는 일이 없다.

파이어족 열풍도 유행처럼 횡횡한다.
YOY 라는 단어가 회자되며 삶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낮은 자존감은 이제 인생항로의 영역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인생은 유행이 아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할 일이 아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인생항로에 대한 유혹에 나의 인생을 걸 수 있을까? 
준비해 왔던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사는 길로 걸어가고 있다. 오랜 세월의 노력 끝에 조용히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살아온 대로 그 삶을 사는게 더 마음 편하고 만족스러울 수 있다. 
요란한 구경꾼들이 그사람을 따라가자고 외쳐대고 있다. 군중심리에 휩싸여 준비도 없이 인생을 던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이 스스로 원하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팔랑귀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경로를 탐색하고 있는것인지 사려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꿈을 친구따라 강남가는 정도의 일로 가볍게 치부해 버리지 말자.
남 따라 중심을 잃고 휩쓸리지 말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에 좀더 귀 기울이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나의 삶은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
나의 인생은 남들의 인생만큼이나 소중하다.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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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 [Philosophy] - 미니멀라이프를 찾아서 - 실천편

나 자신에 대해서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며 규정짓고 싶은 심리가 있는 듯 하다. 왜일까?

참으로 빈약한 자기연민의 모습이다.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 라고 칭하며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이고 사이즈를 줄이며 뿌듯해 한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자신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이미지메이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의 허세고 자기 합리화다. 없는 형편에 절약도 되고 좋단다. 없는 사람은 물욕이 더 강하다. 사실 미니멀 라이프는 가진자들의 배부른 향유의 소산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또다른 방편이다. 부를 누려 보았으나 행복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로 무소유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동안 찾아왔던 행복으로 가기위한 방법이다.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고의 결과이다. 선택과 집중의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비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중에 가장 쉬운 것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이는 일이다. 버리던가 사지 않던가 하면 된다. 가지고 있는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면서 불편을 자처한다. 다운사이징한 물건들로 대체하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온갖 자기합리화를 시작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좋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단촐한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으로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면서.

없어서 못사는 건가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 안사는 건가? 지금까지 환경보호 운동이라고는 적극적으로 해본적도 없는, 기껏해야 정책에 따르는 수동적인 참여자가 갑자기 열렬한 환경운동가라도 된것일까? 물건을 줄여서 만든 환경이 정말로 좋은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버리고 있는가? 남기고 버리는 일로 또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는가?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줄였다고 나의 삶은 과연 행복해 졌는가? 불편과 소유하지 못한 욕구불만으로 의기소침해 지지 않았는가?

 

내가 나를 미니멀리스트라고 규정짓기 위해 참으로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그저 나의 삶에 있는 군더더기들을 내려놓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면 될 것을 왜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겪고 있는지. 애써 나를 어떤 존재로 규정짓고 나서 지켜야 할 규범을 정해놓고 지키지 못하면 자책과 죄의식마저 느껴야 하는 상황이 진정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인가. 내목에 나자신이 스스로 굴레를 씌우고 옭아매는 일은 전혀 행복하지 못하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함은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화려한 장식과 포장은 세기말적인 현상이었다. 로마시대 사치스런 목욕문화가 극에 달하고 난 후 시대는 저물었다. 인류의 선호하는 패턴이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미니멀리즘이 태동하였다. 탐욕과 과시욕에 물든 후 정화작용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불필요한 장식을 벗겨내고 최소한의 필수요소만 갖춘 형태로 나타났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저 나를 지배하는 혼돈과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내가 가진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고 자유로와 지고 싶을 뿐이다.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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