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걸려오는 스팸전화들에 대해서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걸려오는 스팸전화와 문자들이 많을 수록 그만큼 살기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
살기가 힘들 수록 광고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홍보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최선의 방어는 최대공격이라고 했던가. 이런 홍보에 종사하는 기업의 오너로부터 말단 텔레마케터들까지 모두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자. 내가 직접 이들의 삶에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비난은 하지 말자. 그들도 살고 싶고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해 보면 참 가슴아픈 일이다.
하루종일 전화를 걸고 같은말을 반복하는 마케터들의 애환을 생각해 보자. 받지도 않고 거절당하고 안좋은 소리를 들어가면서 하루종일 전화번호 버튼을 눌러야 하는 입장을 생각해 보자.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그들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아무리 나의 소중한 시간을 뺏어가는 귀찮은 전화들일 지라도 차마 욕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나만알고 내 가족만 챙기는 개인과 가족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세상이지만 한번쯤 타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갖는게 나를 메마르지 않게 하는 일일 수도 있다.
시간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한다지만 그 시간들을 왜 더 많이 만들고 보유하려 애쓰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때다.
나혼자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은 결국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 타인을 무시한 채 나에게만 집중하는 내 행동의 결과가 결국 부메랑으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해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경제로부터의 자유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함이지만 곡간에 혼자서 다 먹지도 못할 만큼 산더미 같은 쌀을 쌓아놓고 부둥켜 안고 살다가 간다면 무슨 의미일까. 혼자서는 쓰고도 남을 시간들을 가지고도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그 시간들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고통의 소리를 듣고도 무심한 냉소와 비난은 삼가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사전에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접해야 하는 스팸전화와 문자의 홍수에 상당한 번거로움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매번 전화기를 확인해야 하고 차단하고 읽고 지우고를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가진 시간들을 여기에 할애해야 한다는 점이 나를 화나게 하는 일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치솟아 오르는 욕설을 내뱉기 전에 내 전화기를 울리는 전화벨 저편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해 보자.
전화벨 소리가 그들의 구조신호라는 생각을 해 보자.
전화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자.
이 시간을 살아가는 같은 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자.
누군가를 배려 한다는 일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다.
나의 작은 마음 한부분만 나누어 주면 되는 일이다.
나에게는 작고 사소한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 지금을 사는 나 -
'Philosoph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이어족. 필요한건 경제적 자유만이 아니다. (0) | 2021.06.11 |
---|---|
멀어지는 사람들의 초상 (0) | 2021.06.06 |
길을 잃다. (0) | 2021.05.31 |
영원한 힘 (0) | 2021.02.28 |
긴급 수혈 (0) | 2021.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