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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친구간의 우정은 참 편하다.
오랜기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도 다시 만나면 어김없이 반갑다. 
친구사이에는 바라고 확인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가족이 긴 세월을 헤어져 지낸다고 그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것 처럼 우정도 비슷하다. 관계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문득 문득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관계가 사라질까 걱정하지 않는다. 
다시 만난 친구는 지나간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편안하다. 언제 떨어져 지냈나 싶게 자연스럽다.
가끔 서로에게 화나고 실망하고 서운한 것이 있어도 괜찮다. 친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처럼 걱정이 없다. 
친구란 참 묘한 관계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데도 혈연과 같은 유대감이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먼 나라 타향에 떨어져 있어도 만나기만 하면 시공간을 초월해서 원위치를 되찾는다.
친구에게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나와 다른점이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어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는것은 그 친구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구속하려 하지도 않는다.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함께 이 시대의 같은 시간범위 안에서 걸어가고 있음을 받아들인다. 
내 모습을 친구에게 맞춰 바꾸려 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일이 바빠 연락이 잘 되지 않아도 친구에게는 너그럽다. 무한한 이해심으로 일이 많이 바쁜가보다 생각한다. 연락이 안되고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불안하거나 마음 상하지 않는다. 이해심 저면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관계의 힘을 믿고 있다. 
남인데 남은 아닌 그런 관계다.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의 거리는 친구와의 거리와 다르다. 매우 밀접한 관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연인 사이에 연락이 두절되면 불안해 진다.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나를 떠난건가? 연락도 못할만큼 바쁜가? 이생각 저생각을 한다. 
많이 아는 친밀도의 거리는 서로의 일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 본다. 
서로 연락하고 근황을 공유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연락이 안되고 문자를 보내고 카톡을 보내도 회신이 없으면 불안해 하고 서운해 한다. 보낸 메시지를 읽고도 회신을 못받을땐 화가난다. 
오래 떨어져 있으면 관계가 약해진다. 긴 세월동안 연락없이 지내면 끝난 관계로 여긴다.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몰라주고 실망하는 일이 생기면 이해보다는 서운함이 앞선다.
친구처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건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커질 수록 욕심이 커진다. 
나와 같은 생각, 같은 취미,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길 원한다. 내 마음과 같기를 원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와 다른 모습에서 불만과 서운함, 부족함을 느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해 주기를 원한다.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을 바꾸고 싶어한다. 나를 상대에게 맞추려 노력한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려 한다. 나도 그것을 좋아하려 한다. 상대에게 동화되려는 노력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강도가 약해지고 그 모습 속에서 서로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서운함을 느낀다. 불만을 느낀다. 불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상대가 변할것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소유하고 싶어한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지면 사회적 규범의 힘을 빌어 서로를 묶어두고 싶어진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부부관계가 된다. 아이를 낳고 가족을 만든다. 가족공동체는 관계의 결속을 강화해 준다. 관계이탈을 강제적으로 구속한다. 규범의 구속으로 묶인 관계는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사회적 규범의 구속은 강한 소유욕을 낳는다. 서로의 독립적 존재가 인정되기 어렵다. 

구속

구속의 끈은 생각보다 약하다.
사회적 규범으로 묶인 구속은 더 약하다. 
전등 스위치와 같이 단 한번 스위치를 끄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종결될 수 있다. 
처음부터 남이었던 관계는 강한 결속력으로 하나라고 느끼던 착각에서 너무도 쉽게 깨어난다. 
연인이 이별하면 친구보다 못한 관계로 전락한다. 
더이상 상대를 소유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어제까지도 가족이라는 프레임에 묶여있던 관계가 하루아침에 아무 상관없는 관계로 바뀐다. 모르고 지내던 사람보다 더 불편한 관계가 된다. 
상대가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지도 못한다. 내가 상대를 닮아가려는 이유도 없어진다. 관계는 이탈되고 없던것만 못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결혼이라는 규범은 다시 이혼이라는 규범에 갇혀 관계가 청산된다.
스위치를 끄는것은 한순간으로 충분하다.
사회적 통념과 규범에 묶인 관계의 구속은 이처럼 힘이 없다.
진정 강한 구속은 믿음과 상대를 인정할 수 있는 관계에서 이루어 진다.
믿음은 내 옆에 있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는 마음이다. 

믿음과 신뢰로 만들어진 관계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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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다는 말은 이상한 말이지.
진심으로 믿는다면 믿는다는 말은 필요 없잖아.
공기가 있다고 믿는다 라든가
의심하니까 믿는다는 건가?
그렇다고 믿는다는 게 거짓말 같다는 게 아니야
믿는다는 건
믿고 싶다는 희망의 말이라는 거지.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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