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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폐쇄 저기도 폐쇄다.
이곳은 사유지이다. 막아 놓은 바리케이트와 출입금지 팻말들을 보면 무분별한 방문객들의 횡포로 주인이 산 관리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폐쇄 이유는 여타 지역의 장소들과 다르지 않다. 화재발생,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자연훼손, 오물, 배변행위 들 때문이다.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산 주인 할머님과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제5공화국 때부터 수십리 길을 오가며 한그루 두그루 직접 나무를 가져다 심은게 지금같이 무성한 수림이 되었다고 하신다. 산을 가꾸고 나무를 심느라 손발이 갈라지고 관절이 닳도록 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피땀흘려 가꾸어놓은 소중한 산이 소문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멍들어가고 오염되는 것을 견디다 못해 아예 출입을 금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신다. 과거 이곳은 차를 몰고 숲까지 들어가 야영을 하는 장면을 너도 나도 SNS 상에 자랑하듯 올리던 곳이었다. 
그 분들이 소문을 내 주신 덕에 차량공세에 못견딘 산주님 께서는 차량출입을 금지하게 되었고 뒤이어 이어진 캠핑족 공세에 못견디고 이제는 결국 입산조차 금지하게 까지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산 주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통에 시달려야 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소문듣고 몰려든 사람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하루에도 산더미같은 쓰레기가 쌓여 쓰레기 치우는 것이 하루 일과같이 되었었다고 하신다. 자신의 개인소유 땅에 무단으로 들어와 놀다 가는것도 분통터질 노릇이지만 쓰레기까지 치우고 내 돈 들여 버려야 하는 상황이 어이가 없으셨단다.

백패킹의 성지라고 불리우던 굴업도가 유명한 똥밭(?) 이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다음은 나무위키 에서 검색한 굴업도 정보의 일부분이다.

"다만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이 흠인데, 섬 입구에 화장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의 노상방뇨,노상방변으로 인해 캠핑장 인근이 똥밭으로 유명하다(...)"

휴식을 즐기고 좋은 기운을 얻어 일상을 위한 에너지를 재 충전하기 위해 자연을 찾는 일은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요즘 수많은 유튜버들이 취미생활인지 상업적인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행적을 영상에 담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다. 등산이나 캠핑 초보인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오늘은 오지캠핑에 도전해 봅니다." "부시크래프트를 해보고 싶어서 처음으로 시도해 봅니다". "우중캠핑으로 죽는줄 알았어요" 등등. 마치 태권도 도장에 처음 다니게 된 초등학생이 도복도 안갈아 입고 흰띄를 두르고 길거리를 가면서도 정권지르기 연습을 하며 으시대는 모습같아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다. 골프 갓 입문한 사람이 시도때도 없이 아무곳에서나 스윙연습 자세를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언가 자랑하고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거다. 남들이 알아주기를 원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뭔가 한가닥 하는 사람의 반열에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지는 단계인거다. 
유행어 처럼 영상 마지막에는 꼭 LNT 를 실천했다고 하며 마무리 한다.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 댓글에는 답을 하지 않는 것이 매너처럼 되었다. 우리나라 산천의 수없이 아름다운 장소들이 이런 영상과 자료들을 보고 몰려든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헤집어 놓은 덕분에 멍들고 오염되고 폐쇄되는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어떤 유튜버는 장소를 묻는 댓글에 우습게도 오픈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영상속에 힌트가 있다는 식의 답을 달아놓기도 한다. 이럴바엔 차라리 장소를 오픈함만 못한 짓이다. 두세곳 정도의 정보검색을 통하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일이고 또 그래서 그런 장소가 일단 SNS 상에 올라가게 되면 머지않아 폐쇄에 이르게 된다.
'흔적을 남기지 말라' 는 의미에는 이제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의 흔적 또한 남기지 말라' 는 의미가 추가되어야 할 판이다. 

이들 수많은 초보캠퍼 유튜버들의 영상이 의도 여부를 떠나 무분별하고 잘못된 방향으로의 캠핑문화를 유도하고 국내 수많은 아름다운 장소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출입금지, 폐쇄에 이르게 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방송이란 공유화 되는 정보매체이므로 그 저작물에 대한 책임 또한 배포자에게 있다는 책임의식도 가져야 한다.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생각한다면 '나도 따라서 그냥한번 해보는거야' '조회수만 많이 늘리면 돼'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공개 영상은 장난이 아니다. 정규방송이건 1인방송이건 방송은 방송이다.
방송에는 응당 책임이 따른다.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철수하고 나서도 돌아오는 길에 아무곳에나 버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LNT 를 실천했다고 하고 뒤로는 쓰레기 무단투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 통행이 드문 길가에 쓰레기를 담은 박스가 버려져 있다. 내용물을 보니 캠핑 쓰레기다. 

너도 나도 LNT 를 부르짖은 덕분에 자리를 치우고 나오기는 했는데 쓰레기를 차에 싣고 집에까지 가자니 냄새도 나고 생각없이 쑤셔박아 온갖게 뒤섞인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버릴일도 귀찮았을 것이다. 오지에서 돌아오다 보니 인적도 드물고 나하나쯤 쓰레기 버리고 간다고 큰일 있겠어? (어떤 이는 "한번 왔으니 다신 올 일 없다. 이곳이 망가지건 폐쇄되건 이젠 나와는 상관없다" 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게다. 길가에 그대로 버리기는 뭐했는지 길옆 도랑에 버리고 갔다. 
버려진 쓰레기 만으로도 그 사람의 의식구조와 생각의 흐름이 참으로 여실히 드러난다. 

과거에 학교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화장실 문제로 학교 임직원과 의견대립이 있었던 적이 있다. 학교측의 요구는 화장실 변기를 화변기 (쪼그려 싸는 재래식 수세변기) 로 설치해 달라는 거였다. 이유를 묻자 양변기를 설치하면 양변기를 밟고 올라서서 화장실 창문에 대고 담배를 피운다는 거다. 또 한가지 이유는 양변기를 더럽게 사용하고 좌대에 앉기 꺼려해서 밟고 올라서서 용변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는 이유였다. 이유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그 학생들이 자기집 변기에서도 그럴까? 관리가 안되면 되도록 선도해야 할 것이 선생님의 임무이고 그런 과정에서 남들에게 민폐를 입히지 않는 배려심도 길러줘야 하는 것 아닌가?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입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사소한 일 같지만 이런 사소함들이 쌓여 사회전체가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분위기가 당연한 것으로 변질될 것이 뻔한 일이다. 이런 뜻으로 선생님들을 호되게 야단쳤던 기억이 난다. 
교육의 일선에서 학생들의 가치관을 만들어 줘야 할 선생님들 조차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남이 안보는 곳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짓도 서슴없이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중에 몰래카메라 코너가 한때 굉장히 시청율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해외 방송 플랫폼을 카피해서 만든 코너였는데 프랑스 방송에서 제작한 몰래카메라 작품이 기억난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시피 한 도로에서 신호등을 조작해 놓고 신호위반을 하면 헬기가 등장하여 위반 차량을 적발하는 각본이었다. 놀랐던 건 신호가 바뀌지 않자 정지한 차가 10분이 넘도록 그냥 가지 않고 대기하는 장면이었다. 남들이 보든 안보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임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의식 수준은 통제와 금지의 손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유튜버 들이 자신의 영상에서 LNT 를 지켰다고 너스레를 떨어도 영상 밖에서 그들이 과연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도 산에서 불을 피우고 버너로 취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가에 바위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잔재를 그대로 방치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지 캠핑을 하면 불가피한 상황도 있으니 급하면 용변을 보고 땅을 파서 묻으면 된다고 호도하는 유튜버도 있다.
유튜드 동영상 댓글들을 보면 화장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느냐 는 질문에 속시원히 대답하는 유튜버들이 거의 없는 것만 보아도 영상에서는 그럴듯하게 좋은 모습을 꾸며 보이면서도 이면으로는 다른 모습이 상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밖에 나가 도구가 없으면 먹거리가 해결되지 않을 것은 알아서 취사에 필요한 도구는 챙기면서 먹고 마시면 응당 불가피한 배변은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없이 나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비상용, 일회용 화장실킷을 조금만 관심가지고 검색해 보면 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것만 보아도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장비소개 영상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백패킹 화장실킷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기가 힘든게 신기할 정도다. 대부분의 산에서 으슥한 곳에 들어가면 십중팔구는 똥밭에 하얀 티슈들이 난무하는 것만 보아도 사람들이 얼마나 무대책으로 산에오르고 물을 찾아 야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하면 안되는줄 몰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으면 교통신호를 준수할 생각도, 쓰레기를 집까지 가져가 처리할 마음도, 환경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마음도 언제든지 버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과거에 겪었던 일이 또 한가지 생각난다. 
몇년 전 춘천지역을 구경하고 다니다가 날이 저물어 하루 야영할 곳을 찾아 호숫가변에 야영이 가능한 사이트를 찾아가 잠자리를 구축하고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이었다.
갑자기 나이 지긋한 아주머님의 고함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소리를 들어보니 내용인 즉 그곳에 사는 분인데 밤새 먹고 마시며 노는 사람들로 시끄러워 살수가 없다는 얘기였고 고함을 치면서 화가 더 끓어오른 듯 그 아주머니의 그 다음 이어지는 말에 씁쓸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밤새 놀고 그러는거 뭐 다 이해해. 근데 왜 아무데나 똥들을 싸지르냔 말이야. 특히 같이온 젊은 XX들이 제일 나빠. 사내놈들 앞에서는 온갖 내숭떨고 깔끔떨면서 안보이는데 가서는 왜 똥 싸지르고 똥딲은 휴지 그대로 아무데나 버려놓고 그러냔 말이야 !!!"
더 가관이었던 어떤 청년의 대답.
"아~씨 내가 안쌌어요~!"

피해보는 입장의 분노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겉다르고 속다르고, 남이 안보면 돌변하는 비양심적 인간들에 대한 속시원한 일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긴...안쌌는데 싸잡아 욕먹으면 억울하긴 했겠다....

코로나19 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비대면과 사회적거리 두기를 강요받은 국민들은 놀고 즐기는데에도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노래방과 주점이 불야성을 이루던 사회가 하루 아침에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거리는 썰렁해 졌고 식당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는 곳이 넘쳐난다.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던 이태원거리의 열기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흥이 넘치던 사람들은 집콕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답답함을 벗어던질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박의 유행이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귀농하여 농사일을 하며 사는건 적응이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그나마 안락하게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던 것이 오토캠핑과 글램핑 이었다. 유료 캠핑장을 예약하고 차를 몰고 사이트 바로옆에 차를 대고 캠핑을 하는 것에 익숙하던 사람들이 갈데가 없어졌다. 많은 유료캠핑장들이 폐업을 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단속과 회피속에 도태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오토캠핑을 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차를 몰고 정비되지 않은 노지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차를 대고 호화롭고 거대한 텐트와 타프위에서 온갖 캠핑장비들을 늘어놓고 전기와 물, 화장실, 샤워실 까지 완비된 곳에서 캠핑을 해 온 사람들이 험한 오지를 찾아 그동안 하던 캠핑스타일을 누리려고 한다. 돈내고 관리가 되고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마음껏 먹고 놀며 즐기고 떠나오면 알아서 뒷처리를 해주던 캠핑습성이 오지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놀고 먹고 마시고 불피우고 배설하며 마음껏 어지르고 그냥 떠나오는 것이다. 주인의 관리가 없는 곳이라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 관심도 없고 놀고 오면 그 뿐이다. 뒷일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바퀴로 깔아뭉개고 헤집어 놓고 들어가기 힘든 곳 까지 차를 끌고 들어가 훼손을 시키고 떠난다. 한두 명이면 자정작용으로 해결이 될 것이지만 좁은 땅덩어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정 장소로 일시에 몰려들어 훼손을 일삼기 때문에 환경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메뚜기떼가 지나가면 기름진 땅도 황무지로 변해버리듯 사람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또한 유사하다. 사람이 짖밟고 지나간 뒤 남는것은 오물과 쓰레기뿐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만 하면 모든것이 변질되고 오염되고 죽어간다. 심각한 환경훼손에 뒤늦게 차량의 진입을 막고 폐쇄를 단행한다. 이제 차를 끌고 가서 자연을 즐길만한 곳은 왠만해서는 찾기 힘들다. 차가 막히자 뚜벅이로 라도 답답한 코로나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이름만 바뀌었지 습성은 여전하다. 오토캠핑, 차박을 거쳐 편안한 캠핑을 즐기던 사람들은 약간 불편하지만 역시 밖에서 먹는 고기가 맛있다며 지지고 볶기 위해 배낭을 메고 이곳 저곳 산천을 쑤시고 다닌다. 가는 곳 마다 먹고 마시고 불 지펴 고기굽고 장작불을 피우며 감성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캠핑' 이란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고 자연의 기운을 받아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기회라는 생각 보다는 '밖에서 고기구워먹는일', '야외에서 어울려 먹방, 술판을 벌이는 일' 이라는 인식이 강한가 보다. 자연속에 머무르려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흥장소를 잃어 유원지를 찾아가는 것이니 자연은 관심이 없고 먹고 노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며 당연히 자연훼손은 무관심하고 목적한 놀고 먹고 마시는 일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라. 

우리나라 산천이 코로나로 어느날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온 좀비족 들에게 마구 갉아 먹히고 있다.
몸살을 앓고 있다.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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