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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하는 중에 해가 노을을 남기고 지고 있다. 

채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 아래 벌써 휘황하게 밝혀진 도시의 불빛이 가득하다. 눈부신 야경에 걸음을 멈춘 채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 보았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밝았던 해가 산 너머로 숨어드는 시각.

이 시간의 어스름한 느낌이 너무나 좋다.

작은 바스락거림 하나까지 산의 모든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처음 산에서 어둠을 만났을 때는 두려움을 느꼈다. 마음이 급해지고 서둘러 내려가야 한다는 마음만 급했다.

이제는 산에 어둠이 내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다른 세상처럼 고요해지고 작은 움직임, 소리들이 선명해진다. 낮과 밤이 교대를 하는 중간의 몽롱한 느낌이 신비롭다.

밝은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은은한 달과 별들의 빛이 내리는 때까지의 변화를 여유롭게 느끼는 일은 산을 찾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두려웠던 것들이 친근하게 변할 수도 있다고..

산은 나의 삶에 많은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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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100미터의 고지에 온전히 나 홀로 자연과 함께 머물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

구릉을 넘어 한순간에 사라지는 저녁노을.

쏟아지는 은하수의 경이로움.

휴먼스케일을 벗어나 버린 풍력발전기가 미친듯 불어닥치는 광풍속에서 만들어내는 괴기스런 소리.

그리고 아침.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어제만난 반가운 태양.

 

자연은.

 

그렇게 변함없이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단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평온한 풍경,

바람소리,

햇빛,

영상처럼 빠르게 흐르는 구름,

지나치리 만큼 밝은 달빛,

쏟아져 내릴 듯 빛나는 별빛.

 

그자리에 멈춰 선 듯 살아 움직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그 속에 묻혀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이다.

가난한 내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그저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친구같은 거다.

 

자연은.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다.

추위를 이겨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필요하다.

찾아올 시간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필요하다.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절실한 바램이 필요하다.

나에게 찾아올 아름다운 그 순간을 위해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긍정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나에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삶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지 않는다.

용기는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용기를 낼 때 삶은 비로소 우리에게 돌아서 미소 짓기 시작한다.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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