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대는 소를 겸한다."

내 인생의 모토다.
삶의 모든 면에 적용된다.

살아가며 "어느정도가 적당할까?" 에 대한 질문을 살아가며 끝도없이 반복한다.
"이 프로젝트를 끝내는데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1년을 살아가는데 어느정도의 돈이 필요할까?"
"그릇을 사려는데 어느정도 크기의 그릇들이 필요할까?"
"우리 가족이 사는데 어느정도 큰 집이 필요할까?"
"고향에 내려가는데 어느정도 걸릴까?"
"이 일을 해내는데 어느정도 인원이 필요할까?"
등등. 하루에도 수십번씩 "어느정도?" 를 되뇌인다.
이렇게 되뇌이는 이유는 단 하나,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계획성이 부족하다거나 결정장애가 있다거나 때문이 아니다. 
부족해서 곤란한 상황을 겪거나 남아서 처치곤란한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제자중에 자장과 자하가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어질고 낫습니까?”
공자가 답한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묻는다.
“그럼 자장이 더 낫단 말씀입니까?”
공자가 답한다.
“아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의 유래다.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 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하는 것은 같다”라는 뜻이다.

완벽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부족한것을 인정하면 쉬워진다.
완벽하지 못한 것 중에서 모자란것과 지나친것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지나친것이 낫다.
수많은 선택과 고민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는데 이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다. 무조건 넉넉한 것을 고르는 것이다.
여지가 있는것을 선택하면 틀림이 없다.

프로젝트를 시작할때 스케쥴링을 한다. 모든 공정을 파악하고 필요한 인원을 구성하고 각 공정에 필요한 시간을 측정한다. 마지막으로 산출된 시간에 여지를 더한다. 통상 1.5배면 거의 정확하다. 남거나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모자란 경우는 없다.

약속이 있을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시간을 가늠해 본다. 일어나 샤워하는 시간,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시간, 여유롭게 커피한잔 마실시간, 옷을입고 소지품을 챙기고 하는 시간, 주차장까지 가는시간, 가다가 주유소에 들러 주유하는데 필요한 시간, 목적지 까지 이동하는 시간,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주차하는시간, 주차장에서 약속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들 말이다. 그러면 다음날 몇시에 일어나 몇시에 집을 나서야 하는지 밑그림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모닝알람 시간을 맞출때 '지나침의 법칙' 을 적용한다. 예상시간에 1.5배를 곱한 시간만큼을 적용해 출발시간을 앞당겨 일어난다.

예상했던 상황들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을 품고있다. 어떤상황으로 발생할지, 아니면 발생하지 않고 지나갈지 알 수가 없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재작업이 일어날 수도 있고 작업파일이 날라가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비상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직원이 그만둬 공백이 생길수도 있고 인허가가 지연되기도 한다. 담당 공무원이 휴가를 떠나버려 맥없이 1주일을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공사중 사고가 발생해서 작업중지가 생기기도 하고 장마철, 폭설로 공사가 불가능한 사태도 생긴다. 인사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돌기도 하며 지진발생과 같은 천재지변을 겪기도 한다.
약속날 출발했다가 휴대폰을 두고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있고 도로에 사고가 나서 밀린 차들이 꿈쩍도 않고 이삼십분을 가다서다 하는일도 생긴다. 주차장이 만차여서 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하염없이 뱅뱅 돌아야 할 수 도 있고 주차장이 없어서 인근 주차장을 찾아 돌아다녀야 할때도 있다. 차가 고장나 도로 한복판에서 긴근출동을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타이어가 펑크나 타이어 교체를 하고 가야 할 경우도 있다. 주유등에 불이들어와 급하게 들른 주유소에 차들이 줄을서 있는 경우도 있다.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못깨고 늦잠을 자는 일도 있고 나가려다가 급히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되돌아와야 할일도 있다. 지갑을 두고 오기도 하고 심지어 차키를 안가지고 주차장 차앞까지 가서야 알아차리는 일도 있다. 어떤때는 두고온 것이 한가지씩 순차적으로 생각나 집과 주차장을 몇번이고 왔다갔다 하는 일도 있다.

무슨일이 생길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리 여유를 두는 수 밖에 없다. 돌발사태가 생겨도 녹여넣어둔 여유시간이 커버해 준다. 
이렇게 확보하는 마음의 여유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게 해준다. 운전을 서두르지 않으니 사고 가능성도 줄어든다. 누군가 '운전자의 사고는 운전습관에 기인한다. 오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운전습관이 변하지 않는 한 언젠가 사고는 반드시 발생한다. 운전습관으로 인해 사고는 이미 예정되 있는거다. ' 라고 했다. 맞다 평소 시간을 촉박하게 쓰는 습관은 결국 조급한 마음을 품고살고 그럼으로써 언젠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무엇이든 넉넉하게 선택하는 것은 습관을 바꾸는 방법이기도 하다.

수많은 건축설계를 하면서 언제나 이 화두를 머리에 새겼다. 공간을 창조하고 자재를 선택하고 설비스페이스와 전력량을 확보할 때도 여지없이 이 화두는 나의 결정을 도왔다.
'대는 소를 겸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크게크게 하지는 않는다. 분명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심리적 한계치를 안다. 적정함의 숫자에 어느정도의 가산이 되면 되는거다. "너무 큰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가변적인것을 좋아한다. 쉽게 싫증을 내는 사람인 탓이기도 하지만 실용과 효율을 중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응형

'Philosoph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정심 vs. 집착  (0) 2023.11.19
없어도 괜찮은. 그러나 없으면 아쉬운....  (0) 2023.10.24
고독을 즐기는 방법  (2) 2023.08.05
고독이란 즐기는것.  (0) 2023.03.05
AI 가 만드는 위험한 세상.  (0) 2023.01.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