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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에 관한 화두.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일 뿐이다"
육조단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혜능대사의 문답인데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오해가 있어 보인다.
마음을 바로잡으면 세상이 변하리란 기대다. 마음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태도의 변화로 자신의 세상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상호연관성을 떠올리기 쉽다.
"내가 분명히 말한다. 만일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을 향해 '여기서 저리로 옮겨 가거라.' 하여도 그대로 될 것이며 너희에게 못할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라는 성경속 예수님의 말씀과도 결을 같이하듯 보인다.
믿음에 대한 예수님의 설교는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이야기 한것이고 평정심을 유지해도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상의 움직임에 한발 떨어져 바라보며 영향받지 않는 흔들림 없는 마음은 관조를 통해 내면의 평화를 얻는 것일 뿐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과 나뭇가지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마음을 외부의 자극과 격리시키라는 조언이지
인생을 삼십년 정도만 살아도 무엇이 지옥으로 이끄는지, 천국에 머물게 해주는지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흔이 넘고 반백이 넘어도 여전히 마음의 지옥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건 마음이 어찌 움직이는지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놓을 수가 없어서 일 거다.
 
집착이란 그런거다.
애초에 다스릴 수 없는것을 어떻게든 다스려 보겠다는 욕심으로 내면을 들여다보면 괴로움은 더 커진다.
다스리려 맞서지 않고 하나씩 지우고 버리는게 낫다.
지우고 또 버려봐도 비워지는것 보다 담기는게 더 많으니 여전히 힘들지만 비우다 보면 습관이 되고 익숙함은 고통을 줄이고 더 많이 비울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담겨있던 것들을 줄여 간다.
무념을 위해 번뇌를 지워보려 하지만 지우겠다는 생각조차 번뇌가 되어 돌아온다. 번뇌가 번뇌를 낳는 모순.
패러독스를 깨는 방법은 생각의 시작을 없애는 것이다.
무념 무상은 멍때리는 순간과 유사하다.
걱정, 두려움, 배고픔, 갈증, 슬픔, 기쁨, 약속, 추억, 할일, 하기싫은일, 피곤함, 불편함, 더위가 버겁다 거나 잠들어 버릴것 같다던가 하는 식의 잡념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단 몇초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 오른다. 무의식의 영역이라 스스로 컨트롤 할 수가 없다.
불멍 이나 물멍, 빗소리에 젖고 바람소리에 싸여, 새소리에 묻혀 있다 보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머리와 마음이 백지처럼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짧았지만 무색 투명 했던 시간에 대한 희열이 밀려온다.
생각조차 잊어버린채 그 순간 뭘 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온전히 잊은 시간.
수만가지 계획과 판단, 결정을 위해 일분 일초도 멈추지 않고 365일 쉼없이 작동하던 두뇌회로가 멈추는 시간. 시스템이 멈춰 메모리에 아무것도 남아 있 지 않은 시간.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일백년을 살더라도 이런 순간들을 과연 몇시간이나 마주할 수 있을까? 아니 단 몇분 이라도 느껴볼 수 있을까?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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