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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마라톤 대회가 시작되듯 일시에 건물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습관처럼 변해버린 대화를 하며 식당으로 향하는 일.
지겨워질 만큼 먹어온 회사 근처 북적이는 식당에 들러 코인지 입진지 어디론가 들어간 음식물을 구겨넣고 다시 출발선상에 서듯 자리로 돌아가 업무개시를 준비해야 하는일.

정해진 출근시간 안에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 밀려드는 러시아워 교통정체 행렬 가운데 앉아있을 수 밖에 없는 일.
정해진 퇴근시간에 쏟아져 나온 퇴근인파로 생긴 러시아워 행렬에 또다시 갇혀 집으로 향하는 일.

정해진 근무 일수를 채우면 주어지는 주말의 휴식기간.
휴식을 위해 떠난 주말여행길에도 어김없이 치뤄야할 차량과 인파의 물결. 주어진 짧은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미친사람처럼 끼어들기와 차선변경을 밥먹듯 해가며 몸부림쳐 보는 자동차 경주.
어딜 가도 넘쳐나는 인파. 모자라는 시설. 부족한 자원. 산이고 강이고 땅속과 하늘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휴식을 위한 장소가 아니고 시장터로 변해있는 곳들. 
일주일 만에 주어진 휴식시간을 앞을 다투는 또다른 의미의 경쟁터에서 보내야 하는 일.

정해진 근무 일수를 채우면 주어지는 연차 휴가기간.
휴가 인파에 밀려드는 러시아워 교통정체 행렬 가운데 또다시 앉아있을 수 밖에 없는 일.
또다시 어딜 가도 넘쳐나는 인파. 모자라는 시설. 부족한 자원. 산이고 강이고 땅속과 하늘까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휴식을 위한 장소가 아니고 시장터로 변해있는 곳들. 
일년 만에 주어진 휴식시간을 앞을 다투는 또다른 의미의 경쟁터에서 보내야 하는 일.

이렇게 매년 반복되는 일.

직장을 떠나 내 사업을 한다면 달라질까? 
수주를 위해 클라이언트와 정해진 약속, 미팅, 접대 스케쥴을 감당해야 하는 일. 
나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안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
운영상태와 재무현황 파악을 통해 비즈니스플랜을 짜야 하는 일.
보고를 받고 사업현황을 검토하는 일.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할 시간은 줄었지만 안밖으로 많아진 할 일들.
직장생활 때 보다 일에 투자해야 하는 더 많은 시간들.
회사의 오너가 되면 시간이 좀 자유로워 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틀렸다는 걸 깨닫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새로운 시간의 감옥이다.

이렇게 또 매년 반복되는 일.

남들이 식사할때 식사해야하고, 남들이 쉴때 쉬어야 하고, 남들이 잘때 자야하고 일어나야 한다.
남들이 출근할때 출근해야 하고 퇴근해야 한다.
미팅도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맞춰 해야하고, 남들이 쉴때는 일이 진행이 안된다.
남들이 휴가갈때 나도 가야 한다. 자칫하면 휴가 가기도 힘들어진다.
남들과 약속된 보고와 미팅에 참석해야 하고, 회의를 해야 한다.
나의 시간은 없다. 군대 혹은 감옥과 다를바 없다.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함께 무언가를 하려면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다.
이 세상 시간은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돌아간다.
그래서 세상의 정해진 틀을, 시간을 벗어나기가 그렇게도 힘이 들다.
나의 노동력을 타인의 일을 위해 사용하는 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제로다.

경제 사분면이 어떻게 구성되고 돌아가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나도 그정도는 알아." 라고들 말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의 시간을 담보잡히고 감옥과 같은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이유가 뭘까?

수많은 이유가 있을것이다.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고정적인 지출과 자녀교육과 독립할 시기까지의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직장인의 삶을 끊어내지 못할것이다.
상황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대안을 찾지 못해 역시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기를 주저할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노후계획을 세워 은퇴할 때 까지 충분한 자금을 모은 후 벗어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당장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확신' 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의 자유' 를 위해 맞서야할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부족과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 이 주는 가치가 다른 가치들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시간으로 부터의 자유' 가 인생의 최우선 순위가 되지 않는 한 아무리 현재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더라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그저 이룰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단언컨데,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와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달라질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다람지 쳇바퀴 도는 삶에서 전진없는 제자리 달리기를 해야 한다. 
"벗어나고 싶다" 는 갈망을 하면서도 여전히 쳇바퀴 위에서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래왔고 그럴것 처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안정적인 것 같지만 언제 잘려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야 한다. 고용인에게 자신의 삶을 언제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 준 채 현재의 고정적인 수입이라는 달콤한 안정감에 취해 살아 갈 것이다.

지금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만족한다면 다른 삶을 꿈꾸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만족이다.
마음속에 불만족을 품고 지금의 상황을 살아가고 있다면 당신은 불행한 사람이다. 벗어나지도, 지금의 삶에 만족할 수도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자신이 이런 부류의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할 것 같다) 벗어나기 위한 무언가를 실천에 옮길 용기가 없다면, 역시 다른 삶을 꿈꾸지 말아야 한다. 안그래도 불행한 현실에 실행하지 못할 일을 꿈꾸는 것은 현실을 더욱 견디게 어렵게 만들 뿐이다.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 
아는것과 깨달음은 다르다. 자유로운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본 사람이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언지를 비자발적으로 깨달은 경우겠지만 어떤 계기가 되었건 삶에서 진정 소중히 다뤄야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사람들이다. 
시간은 흐르면 다시 오지 않고, 한정적으로 주어진 인생의 시간을 떠올리고, 돈과 일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깨달은 사람들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삶의 모습을 급격히 변화시킨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목도한 후인지라 어쩌면 당연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면서 때로는 바빠서, 때로는 직면하기 싫어서 나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마주하는것을 피하면서 산다. 잘 살고 있다는 자기암시로 삶을 지속할 원동력을 얻고싶어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에 무감각해 진다. 회의에 10분만 늦어도 큰일 날 것 같이 시간을 쪼개가며 살면서도 정작 1분 1초가 아까운 인생의 시간을 무감각하게 흘려보내며 살아가는데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다. 
차가 밀려 약속한 미팅이나 회의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었을때 느끼는 초조함의 느낌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 생각해 보라. 정작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남겨진 내 삶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지를. 
그렇다.
별로 초조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입이 타들어갈 정도의 불안감도 못 느낄 것이다. 분명 마음 한구석에는 있지만 아직은 생각하고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막연한 안도감이 있어서다. 나에겐 아직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어서다. 당장 한시간 후의 내 삶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정작 중요한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은 뒤로 미루면서 당장 눈앞에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며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쳇바퀴 위에 무한대의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5년전 나는 20년간 생각만 해오던 것을 실천에 옮겼다.
나를 얽매는 복잡하게 얽힌 일과, 사회에서의 관계를 끊어내고 쳇바퀴에서 탈출했다.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결심을 굳혔다.
평생 살아온 서울과 수도권에서 벗어나 집을 옮기고 나를 옭아매고 있던 시간의 굴레를 벗어 던졌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고, 자연을 벗삼고, 나를 구속하는 물건들을 줄여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가고 있다.

파이어족이 되어 살아가려면 어느정도의 기본적인 자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지난 5년간 자산을 보존하는데 집중하면서 지출을 줄여 최소한으로 지속가능한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 있다는것을 깨닫는 중이다.
주체못할 시간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시간의 자유가 가져다 준 것은 여유로운 마음이다. 마음의 여유는 너그러움을 갖게 해준다. 너그러움은 내 주변의 지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서두르지 않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평정심 속에 한발한발 실천해 나가게 해 준다. 

아직 새로운 나의 인생 도전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첫걸음을 내딛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 막막함 대신 자신감과 확신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그리고 깨닫는 중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내가 살던 그 세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것을.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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