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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럭키는 포조의 노예같은 존재다. 포조에게 짐승같은 대우를 받지만 벙어리라도 된듯 말한마디 안한다.
포조의 아바타처럼 명령하는대로 움직인다.
포조가 럭키에게 명령한다. "생각해" 라고.

책의 내용을 인용해 본다.


에스트라공 : 뭘 꾸물거리는 걸까?
포조 : 좀 물러서시오.(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럭키에게서 물러선다. 포조가 끈을 잡아당기자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생각해, 이 돼지 같은 놈아!(사이. 럭키, 춤추기 시작.) 그만!(럭키, 멈춘다.) 앞으로!(럭키, 포조 쪽으로 다가선다.) 됐어!(럭키, 멈춰선다.) 생각해!

사이.

럭키 : 또 한편으로 보면 그것은 …… .
포조 : 그만둬!(럭키, 입을 다문다.) 뒤로!(럭키, 물러선다.) 됐어!(럭키, 멈춘다.) 돌아서!(럭키, 관객을 향해 돌아선다.) 생각해!
럭키 : (단조로운 어조로) 프앙송과 와트만의 최근의 공동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까까 흰 수염이 달린 까까까까 인격신은 공간의 시간 밖에 존재하고 있어 하늘의 무감각과 무공포와 침묵 위 높은 곳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를 사랑하는데 그 까닭은 모르지만 곧 알게 될 터이고 하늘의 미랑다의 본을 따서 고뇌와 불 속을 헤매는 자들과 함께 그 고통을 겪는데 그 까닭은 모르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하고(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귀를 기울인다. 포조는 낙담과 혐오의 표정.) 그 불과 불길은 조금만 더 계속되면 마침내는 대들보에 불을 지르게 될 것이 분명한데 다시 말하면 지옥을 하늘까지 들어 올리게 되겠는데 그 하늘은 오늘까지도 때로는 파랗고 너무나 고요한데 그 고요는 수시로 중단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가우니 속단은 금물이고 또 한편으로는 미완성인데도 불구하고 블레스의 베르트와 테스튜와 코나르의 인체체체 측정학 아카카카데미 수상 연구 결과 인간의 계산에서 발생되는 오류 이외에 다른 어떠한 오류의 가능성도 배제된 다음과 같은 이론이 설설설정되었으니 바꾸어 말하면 속단은 금물이나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프앙송과 와트만의 연구 결과 명백하게 너무나 명백하게 밝혀진 바에 의하면(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처음으로 수군거리기 시작, 포조는 더욱 괴로운 표정.) 왜 그런지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미완성의 미완성의 테스튜와 코나르의 미완성의 미완성의 파르토프와 벨세의 노작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판명되었으니 즉 브레스의 인간은 테스튜와 코나르의 반대 의견과는 반대로 인간은 요컨대 영양 섭취와 배설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위고 있고 또 이와 병행해서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육체 훈련의 발달 스포츠 훈련의 발달 이를테면 테니스 축구 달리기 도보 자전거 경주 수영 마술 항공 테니스 빙상 스케이트 롤러스케이트 테니스 항공 겨울 여름 가을 가을 스포츠 잔디 밭 위의 전나무 위의 땅바닥 위의 테니스 항공 테니스 땅바닥 위의 바다 위의 공중의 하키 페니실린과 그 대용 약품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다시 말하거니와 인간은 왜소해지고(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다시 귀를 기울이고, 포조의 흥분은 고조되어 신음 소리까지 낸다.) 테니스 항공 구 홀짜리와 십팔 홀짜리 골프 빙상 테니스 요컨대 왜 그런지 모르지만 세느 세느에와즈 세느에마르느 마르느에와즈 다시 말하면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여위어가고 오그라들어 다시 와즈 마르느를 들자면 볼테르가 죽은 후로 머리당 두 손가락 100그램 정도는 줄어들었는데 그 수치는 노르망디의 벌거벗은 남자의 몸무게에서 소수점 이하를 뺀 평균치로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그게 사실이고 보면 또 한편으로는 이게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나니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스타인버그와 페터만이 진행 중에 있는 실험에 비추어볼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나니 더더욱 중대한 문제지만(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감탄의 소리. 포조는 벌떡 일어나서 끈을 잡아당긴다. 모두들 소리친다. 럭키가 끈을 잡아당기고 휘청거리며 으르렁거린다. 모두들 럭키에게 달려든다. 그래도 럭키는 몸부림을 치며 대사를 외쳐댄다.) 스타인버그와 페터만이 포기한 실험에 비추어볼 때 들에서 산에서 바닷가에서 물가에서 물가에서 불가에서 공기는 똑같고 땅도 같고 다시 말해서 공기와 땅은 혹독한 추위로 공기와 땅은 오호라 제7기에 혹독한 추위로 돌들의 차지가 되었고 에테르와 땅과 바다는 바다와 땅과 공기 속을 엄습한 혹독한 추위와 곳곳의 깊은 구렁 때문에 돌들의 세계가 되었고 그것은 다시 말하거니와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그러하며 다시 말하거니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돌을 위해서 다시 말하거니와 속단은 금물이지만 다시 말하거니와 머리가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수염 불길 눈물 그토록 푸르고 고요한 돌들이 오호라 머리 머리 노르망디에서 머리가 테니스가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포기된 미완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돌들은 다시 말하거니와 오호라 오호라 포기된 미완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머리 노르망디에서 머리가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오호라 돌들이 코나르 코나르가……(난투, 럭키는 그래도 몇 마디 소리를 더 지른다.) 테니스! 돌들이! ……그토록 고요한…… 코나르! ……미완성!…….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생각하라는 명령에 럭키의 입에서 쉬지않고 쏟아지는 방언수준의 말들.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줄줄이 나온다. 맥락없는 문장들이 줄을 선다. 
하루, 한달, 1년 365일동안 내가 생각하고 내뱉지 않는 것들을 말하라면 럭키와 별반 다르지 않을것이다.
뒤죽박죽이고 이리 튀었다가 저리 튀었다가 개연성도 없는 생각의 단편들이 뒤엉켜 쏟아져 나올것이다.
나는 1초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일어나 잠들 때까지, 아니 잠들었을때 조차도 나의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평생에 걸쳐 상상할수 없을만큼 많은 양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지만 실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표현 이면에 잠긴 생각들은 그대로 묻혀진다.

그런데...들여다 보면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건 내 생각, 내가 표현한 것들이 아니라 표현되지 않은 생각들이다.
그것을 '잠재의식' 이라고 부른다.
말하지 않아도, 이성에 의지하지 않아도 이미 내 삶의 방향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의식 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내 삶인데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된 나에 의해 나는 조종 당하고 결정 지어진다.

망각은 생존을 위한 도구다

내가 무엇을 하고싶고, 어떤 계획을 세우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어도 좋다.
이성이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 판단, 결정들이 나 스스로에겐 아무런 영향력도 없는 무의미함이다.
그러니 잊어도 좋다.
잊고 다시 기억하고 다시 잊어버리는 에스트라공 처럼.
잊어도 좋다.
달라짐은 없다. 
잠재의식은 언제나 이성의 이면에 깨어있으니까.

누군가 나에게 "생각해!" 라고 명하지 않아도
내가 모르는 나는 생각의 끈을 단 한순간도 놓아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성' 은 나에겐 커다란 걸림돌이다.
이성적 사고는 망설임, 불안, 후회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반면, 잠재의식은 내가 상처를 입거나 위험해질 것 같은 순간에 회피라는 도구를 사용해 나를 보호한다. 망각이라는 도구도 사용한다. 이성이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다. 
잊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도구다.

내가 너에게 잘못한일, 네가 나에게 잘못한일, 네가 나에게 해주기를 바랐지만 해주지 않아서 생기는 섭섭함, 내가 너에게 못해준것을 섭섭해 하는 너에게 느끼는 미안함.... 이런 온갖 번뇌를 끌어안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
내려놓기 와 잊어버리기 는 동의어다.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기억해 내더라도 다시 잊어야 한다.
그래도 된다.
그래도 살아진다.
그래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없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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