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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심한 경우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허둥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목표를 세우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목적지를 두고 가다가 계획과는 다르게 길을 잃게 되는 경우에는 당황하게 된다.
여행지에서 가고싶은 곳을 찾아 가다가 길을 잃었을 때 느꼈던 막막함과 불안감을 회상해 본다. 왜 불안했을까?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인생을 살면서도 길을 잃는 때가 있다. 
목표를 향해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의도치 않았던 상황이 생긴다. 세상일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으니까. 

길을 잃었을때 두려워하거나 허둥대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한 걸음 나아가 보자.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이순간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채우지 말자.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보폭을 줄이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그제서야 불어오는 바람과 꽃향기와 지저귀는 새소리,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들리고 보이게 된다. 목적지에 도달할 마음으로 앞만 보고 걸어갈 때는 보고 듣지 못했던 온갖 것들이 길을 잃고 나서야 언제나 내 주위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어딘가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지금 걷고 있는 길도 별반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 나는 길을 걸을 때 땅을 보고 걷는 일이 많았다. 내 걸음 걸음마다 변하는 땅의 모습과 땅에서 움직이는 개미와 딱정벌레들의 움직임에 호기심이 있었다. 가끔은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모양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봄이면 동네 길가에 노랗게 돋아나던 개나리 꽃몽오리를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다. 세상은 단 한순간도 변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언제부터 였는가. 학문과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쫒으면서 삶에 열중한다는 생각으로 살면서 정작 내 주변에 있던 수많은 소중한 존재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목표만 생각하고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걸어오느라 오랜 세월동안 지나쳐 버린 존재들이 너무도 많았다.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반백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수많은 길들이 내 앞에 펼쳐진다.
두려워 할 것도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마음에 드는 길로 걸음을 내딛으면 된다. 내가 마음에 들었던 그 길은 어디론가 이어져 나를 이끌 것이다. 이제는 그 길을 걸으며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걸어가자. 
멀리 돌아가도 상관없고 힘들면 잠시 앉아 쉬어가도 좋다. 반드시 도달해야 할 곳이 없으니 내 발길이 어디까지 닿더라도 행복하다.

마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는 내려 놓고서야 느낄 수 있다.

- 지금을 사는 나 -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가지 않은 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다른 날 걸어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 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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