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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기르던 스파티필름이 병충해가 심해졌다. 잎끝이 타들어가고 날파리가 꾀기 시작했는데 긴급 구조를 위해 집으로 데려왔다.

몇개월간 보살펴서 어느덧 기운은 차리고 새잎들도 많이 솟아올랐다. 위기는 넘긴것 같고 이제 무럭무럭 자랄일만 남았다.

그런데 이미 타들어간 잎들은 살아날 줄을 모른다. 
마치 인생에서 생긴 흉터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상처날 때의 기억을 되새기게 하듯.
줄기는 튼튼해도 여전히 잎은 원래의 생기있던 모습을 되찾을 수 없다. 
한번 다쳐버린 잎은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가장 굵고 큰 줄기를 가진 상쳐입은 잎들은 볼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새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어린 잎들에게 까지 찌푸린 나의 표정이 전해지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돋아난 새 잎들이 생각보다 빨리 자라지 못하는 것 같다.
상처입은 잎들이 줄기의 무게를 늘려가고 더욱 단단해 지는 중에도 새 잎들은 기운이 없다.

오늘은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 마음을 독하게 먹고 실행에 옮겼다.
볼 때마다 안스럽던 스파티필름의 오.래.된. 잎.들.을. 잘.라.냈.다.
새로난 어린잎들에게 양분이 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가장 크고 길게 자란 굵은 줄기도, 수개월전에 끝이 타버린 커다랗고 노랗게 변해버린 잎들도 쳐냈다.
줄기만 보면 아직도 생생한 잎이지만 같은 화분의 작은 새잎들을 위해 잘.라.냈.다.

상처있는 시간들은 지워버리고
새 잎, 새 시간들로 채워진 모습으로 변하길.

때로는 변화를 위해서는 아픈 부분을 도려내야 할 때도 있다.
지나간 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아픈 기억일 지라도.
아픈 기억속에 묻혀지내고 싶지 않다면 독한 마음으로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
새 살이 돋고 흉터가 사라지길 원한다면
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해야 한다.

잠시 더 보살핀 뒤 주인에게로 돌려보내야 겠다.
사라진 흉터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거다.
현재의 달라진 모습으로만 기억될 거다.
그거면 충분하다.
아팠던 기억은 그저 내 기억, 내 사진속에만 간직해 두련다.

-지금을 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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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야자. 급한대로 일단 긴급 수혈에 들어갔다. 

긴급 수혈을 해 주었다.

별 관심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씩씩하게 잘 자란다는 녀석인데... 사람이나 식물이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것을.... 일방적이고 무지한 애정은 상대를 병들게 한다.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아파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지 않으면 안된다. 건강한 애정은 애정을 주는 대상에 대해 진심어린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다. 

되돌아 보니 아들에게도 그랬다. 아이가 무엇에 아파 하는지 들여다 볼 생각 보다는 내 방식대로의 사랑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나의 애정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강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면 알게 되겠지 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의 오만과 무지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더라도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지나친 순간은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마치 칼에 베인 상처에 약을 바르지 않고 방치하면 흉터로 남는 것 처럼.

화초처럼 누구에게나 살아가며 한번쯤은 영양 공급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적절한 방법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좌절과 상처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믿음을 받을 때 비로소 싹튼다. 이 세상에 누군가 자신을 온전히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쓰러져 주저앉지 않고 일어날 힘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 할 때 곁에서 바라봐 주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영양제가 된다. 
백마디 조언보다 묵묵히 안아주는 따뜻한 포옹과 다독임이 훨씬 큰 위안이 된다.

힘들고 지칠 때 영혼의 스프와도 같은 한 곡의 음악이 때로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자우림. 샤이닝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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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한시에 나와 함께 하게 된 화초들에 정이 흠뻑 들었다.

무럭무럭 잘 자라주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건만.

가장 튼튼하게 자라 줄 줄 알았던 녀석이 자꾸 잎사귀가 노랗게 변하며 시들시들해 보여 마음이 적지않게 쓰인다.

다른 녀석들이 아무 탈 없이 건강한 만큼 이 녀석은 더 걱정이 된다.

 

물 주고 햇빛 쪼여주고 잎사귀 닦아주는 것 외엔 무얼 더 해줘야 할지 모르는 화초 문외한인 나에겐 걱정스럽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을 담아 살뜰히 보살핀 녀석들이다.

빛이 잘 들지 않는 책상머리에 두어도 씩씩하게 잘 자랄거라고 하여 단촐한 책상 위에서 내 마음에 따뜻함을 안겨주어 항상 옆에 끼고 살듯이 지내던 고마운 놈이기에 유독 이녀석은 나에게 아픈 손가락일 수 밖에.

 

걱정되는 마음에 빛이 잘 들지 않는 공부방에는 이제 더 이상 두면 안 될것 같아 하루종일 빛 잘드는 자리에 두고 수시로 들여다 본다. 

 

아프지 말고 건강히 자라 주기를.

네 속에 담긴 나와 함께 한 시간들이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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