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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산업화된 대량생산은 동일함이 복제되는 순간 가치를 잃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은 디자인의 가치를 무한하게 만들어 준다.

대량생산된 훌륭한 디자인을 모두가 공유한다는 것은 다수에게 미적욕구를 충족시키지만 소유자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흔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그 디자인의 가치가 희석되고 만다.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미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미를 표출하는 데 있어서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일반론이다. 유명화가의 그림이 높은 가치를 갖는 것도 세상에 유일한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디자인은 공장에서 양산되는 순간 고유성을 잃는다. 상품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디자인 자체의 독립적인 가치를 잃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에 매우 높은 가치를 두고 싶다.

사진은 눈앞의 광경을 카메라렌즈의 광학적 메커니즘의 힘을 빌어 저장한 것이다. 사진 속에는 단순히 눈앞에 보여지는 경관 뿐 아니라 그 순간 다가온 느낌, 시간, 빛, 기억 들이 합쳐져 한장의 사진으로 기록된다. 무심하게 찍은 사진 한장도 똑같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없기에 소중하다. 사진 한장 한장이 세상에 유일한 기록물 들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출력할 수 있고 무한 복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세상에 유일한 사진이란 면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사진은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창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것들 중 하나이다.

 

미술작품, 손으로 만든 도자기, 핸디메이드 제품들, 수공예 가구, 캘리그라피 등등 소위 예술작품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희소성 과 소유성이다. 세상 유일한 물건은 소유함으로써 가치가 높아진다. 

 

즉흥적으로 만든 캘리그라피이지만 이 역시 세상 유일하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혼자만 소유하고 싶은 본성 또한 가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들을 많은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서 유니크한 제품의 소유욕 증가 또한 정비례 한다.

현대는 희소한 것들이 너무 쉽게 많이 양산되면서 그 희소성이 줄어들었다.

감성의 양산이 가능해진 시대다.

하지만 수많은 희소성을 지닌 것들 가운데 뛰어난 감각의 디자인은 보편적인 미적 충족감을 안겨줄 때 비로소 가치가 살아난다. 디자인의 질적 우수성이 있어야 희소가치가 살아난다. 

 

희소가치란 개념은 대중속에 살아가는 산업사회에서 중요시 된다. 이상향이겠지만 생산과 소유를 동등하게 하는 공산주의에서는 희소성이란 무의미하다.

희소성에는 근본적으로 경쟁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남과 다른, 남이 소유하지 못한, 남보다 더 뛰어난 등등 평가의 기준은 '남.보.다' 이다.

 

예술분야가 지니는 특성중 하나는 자기만족이다. 순수예술의 분야로 다가갈 수록 남에 대한 기준은 사라지고 나에 대한 기준이 커진다. 개인의 심상과 미적 욕구를 위해 이루어지는 행위인 예술의 본질을 생각해 볼때 예술작품의 희소성 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접근 자체가 잘못되었다.

 

디자인은 예술의 본질에 충실하면 된다.

그것이 가치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만족의 대상이 남이 되어서도 안되고 디자인을 하면서 희소성을 생각할 일도 아니다. 

디자인의 본질을 찾기위해 노력한 작품만이 훌륭한 디자인이다. 거기에는 '나의', '나를 위한', '나에게 만족스러운' 등의 키워드 들로 채워져야 한다. 디자인 단계에서 이미 "남들은 뭐라고 할까?", "남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남들이 좋아할까?", "남들에게 어떻게 평가될까?" 와 같이 '남' 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면 당장 하던것을 집어던져버려라. 

싸구려 저질 문화가 트랜드가 되고 있는 시대다. 깊이 보다는 양이 우선되는 시대다. 전통 보다는 혁신을 우선시 하는 시대다.

싸구려 디자인이 트랜드를 쫒아가는 세상에 적응해 살아가는 현명함이라 생각된다면 그렇게 하라.

남들에게 인정받아 만족스러운가? 대중이 인정하면 당신은 성공한 사람인가? 대중의 인정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가?

쓰레기 같은 디자인이 만족스럽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명함에 '디자이너' 라는 문구는 절대 쓰지마라.

 

- 지금을 사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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